더 마블스 (The Marvels, 2023)
줄거리
『더 마블스』는 세 명의 히어로 캡틴 마블(캐럴 댄버스), 모니카 램보, 카말라 칸이 어느 순간 서로의 위치가 전이되는 현상을 겪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은 각각 전혀 다른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지만, 특정 순간에 동시에 능력을 발동하면 서로의 공간이 뒤바뀌는 '양자 얽힘 현상'에 휘말리게 된다. 이 이상한 현상의 원인을 파악하던 중, 크리 제국의 새로운 리더 '다르-벤(Dar-Benn)'이 등장하며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다.
다르-벤은 파괴된 크리 행성 '할라'를 재건하기 위해 우주의 자원을 강탈하는 위험한 계획을 실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점프 포인트'라는 우주 간 통로를 조작하고 다중 차원의 에너지 균형을 깨뜨린다. 그녀는 강력한 망치를 사용하며, 캡틴 마블과 과거에 얽힌 복수심을 품고 있다. 이에 따라 주인공 3인은 힘을 합쳐 그녀를 저지하고, 우주의 균형을 되돌려야 한다.
초반에는 능력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서로의 힘을 이해하고 협력하면서 진정한 팀으로 성장해 간다. 특히 어린 히어로인 카말라 칸은 두 영웅과 함께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책임을 자각하게 되고, 모니카 램보는 과학자이자 히어로로서 리더십을 보여준다.
최종 결전에서는 다르-벤이 또 하나의 '빛의 팔찌'를 손에 넣고 차원 균열을 발생시키려는 계획을 막기 위해 세 히어로가 각자의 능력을 완벽히 조화시켜 싸운다. 영화의 말미에는 모니카가 차원 균열을 막기 위해 희생적으로 다른 차원에 갇히게 되고, 카말라 칸은 차세대 히어로들을 모으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는 장면이 암시된다.
연결과 조화
『더 마블스』는 단일 주인공 중심의 기존 히어로물 공식을 벗어나, 캐롤 댄버스(캡틴 마블), 모니카 램보, 카말라 칸(미즈 마블)이라는 세 명의 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독특한 구성의 영화다. 이들은 각각 다른 배경, 세대, 능력을 지녔으며, 처음에는 그 차이로 인해 충돌하고 혼란을 겪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방식과 감정을 이해하며 협력하게 된다.
특히 ‘공간이동하면서 서로의 위치가 바뀌는 능력 연결 현상’은 단순한 설정을 넘어, 이들이 서로 강제로 엮이며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영화는 이를 통해 '개별적 영웅'에서 '협업하는 공동체'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캐롤은 은하계 구원의 상징이지만, 그 무게로 인해 지구와 인간관계에서 소외된 인물이고, 모니카는 유년기의 기억과 상실을 짊어지고 있으며, 카말라는 가장 젊고 이상주의적인 히어로로 묘사된다.
이 서로 다른 방향성과 감정선이 충돌하면서도 결국 하나의 팀이 되어가는 과정은, 단지 액션 팀업 이상의 감정적 공감을 형성한다. 특히 캐롤이 더 이상 ‘혼자서 해결하려는 존재’가 아니라, 팀워크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을 발견해가는 변화는 영화의 핵심이다. 이처럼 『더 마블스』는 MCU에서 종종 부족하다고 지적된 감정의 밀도와 관계의 서사를 강화하면서, 여성 영웅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다. 이는 단지 여성 히어로가 많다는 양적 다양성이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과 상처를 하나의 팀으로 묶는 정서적 결속이라는 질적 완성도로 이어진다.
우주적 확장
『더 마블스』는 한편으로는 소규모 팀의 이야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향후 MCU 전체의 세계관 확장과 직결되는 거대한 플롯을 내포하고 있다. 본작은 ‘공간 도약’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은하계 간의 균열과 이로 인한 멀티버스 차원의 충돌 가능성을 암시하며, 『시크릿 인베이전』과 『완다비전』 등의 드라마에서 이어진 서사를 본격적으로 영화 세계로 통합한다.
특히 모니카 램보가 영화 말미에서 ‘다른 유니버스’로 이동하면서, X-맨의 세계관과 MCU가 연결되는 결정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페이즈 5 이후의 멀티버스 전개에서 핵심 열쇠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영화의 엔딩이 단순한 닫힘이 아닌 다음 장을 여는 포털 역할을 수행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더 마블스』의 장점은 이러한 복잡한 구조를 비교적 가볍고 경쾌하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카말라 칸의 유쾌함과 소녀다운 열정, 그녀의 가족과의 유쾌한 관계는 영화의 무거운 플롯을 부드럽게 중화하며, 관객이 이야기의 정서에 쉽게 다가가도록 만든다.
특히 닉 퓨리와의 호흡이나, 카말라가 자신만의 히어로 팀(영 아벤져스)을 만들고자 하는 야망은 향후 세대 교체의 흐름 속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본작은 단순히 ‘위협 제거’에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의 방식이 협상, 희생, 신뢰를 통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세 주인공의 변화는 모두 누군가를 믿고 함께하는 데에서 비롯되며, 이는 히어로 영화가 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울림으로 작용한다. 『더 마블스』는 거대한 우주의 균열과 가장 사적인 관계의 회복이라는 이중 구조를 통해, MCU의 대서사를 이어가면서도 인간적인 결말을 제시하는, 작지만 묵직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