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2013)
줄거리
영화는 행성 크립톤이 자멸하기 직전의 혼란으로부터 시작된다. 과학자 조엘(러셀 크로우)은 자신의 아들 칼엘을 지구로 탈출시키며, 크립톤의 유전적 미래와 문명의 희망을 아이의 몸에 담는다. 칼엘은 지구에 도착해 켄트 부부에게 입양되어 클라크 켄트로 성장하게 된다. 그는 자라면서 자신의 남다른 능력에 혼란을 느끼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양아버지 조너선 켄트는 클라크가 세상에 공개되었을 때 인류가 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른다며, 자신의 능력을 숨기라고 조언한다. 조너선은 토네이도 사고로 사망하면서도 클라크가 나서지 않도록 선택하게 만든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클라크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찾기 위해 방랑을 거듭하다가 북극 근처에서 크립톤 우주선과 조우하고, 그 안에서 친아버지 조엘의 홀로그램으로부터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는 마침내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며 슈퍼맨으로 각성한다.
하지만, 그 순간 크립톤 군사 지도자였던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이 등장하며 갈등이 시작된다. 조드는 칼엘을 쫓아 지구에 도착하고, 인류를 말살한 뒤 크립톤의 유전자를 사용해 지구를 새로운 크립톤으로 만들려 한다. 그는 '월드 엔진'이라는 무기를 통해 지구 중력을 바꾸려 하며 지구 멸망을 초래한다. 슈퍼맨은 그를 막기 위해 나서고, 메트로폴리스 시내 한복판에서의 격렬한 전투 끝에 조드를 결국 목을 꺾어 처치한다. 이는 슈퍼맨이 처음으로 생명을 빼앗은 장면이자, 그가 감내해야 할 도덕적 갈등의 시발점이 된다. 이후 클라크는 데일리 플래닛 기자로 위장해 살아가며, 인류를 보호할 준비를 한다.
슈퍼맨의 탄생
『맨 오브 스틸』은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있던 ‘슈퍼맨’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보다 현실적이며 인간적인 존재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고전적인 히어로물의 단순한 선악 구도를 벗어나, 한 외계인이 지구 사회에서 느끼는 소외감과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책임의 무게를 깊이 있게 그려낸다. 클라크 켄트는 어린 시절부터 평범하지 않은 힘을 갖고 자라지만, 이를 감추며 살아야 했고, 이는 그에게 깊은 내면의 고독과 갈등을 안겨준다.
조나단 켄트는 아들의 능력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며, 그로 인해 클라크는 인간 사회와의 거리감을 더욱 느끼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이 가진 힘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사명감도 품게 된다. 영화는 클라크가 고향 별 크립톤의 유산과 지구에서 배운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을 서정적이면서도 묵직하게 담아낸다. 그는 초인의 힘을 가졌지만 그 힘을 어떻게, 왜 사용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보다 스스로 정의를 내리는 인물로 성장한다.
이 영화에서의 슈퍼맨은 단순히 하늘을 나는 영웅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택하며, 그 선택의 결과에 책임을 지려는 인간적인 존재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이 과정을 철학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며, 기존과는 전혀 다른 깊이의 히어로 탄생기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맨 오브 스틸』은 신화적 영웅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인간형 슈퍼히어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파괴와 구원
『맨 오브 스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대결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단순한 액션의 향연이 아니라, 슈퍼히어로라는 존재가 감당해야 하는 윤리적 책임과 도덕적 선택의 본질을 탐구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드는 크립톤의 생존을 위해 지구를 희생하려 하고, 슈퍼맨은 자신이 자라난 지구를 지키기 위해 같은 종족을 거부한다.
이 충돌은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가치관과 생존방식의 전면 충돌이다. 메트로폴리스를 배경으로 한 격렬한 전투는 압도적인 스케일로 그려지지만, 그 속에 담긴 갈등은 훨씬 더 복합적이다. 도시가 붕괴되고 수많은 시민이 위험에 처하는 가운데, 슈퍼맨은 단지 힘을 사용하는 것 이상의 문제에 직면한다. 그는 조드를 죽이지 않고는 지구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과 마주하며, 마침내 조드를 죽이는 결단을 내린다.
이는 그가 이상적인 영웅이 아님을 드러내는 순간이며, 정의의 실현이 항상 이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이 선택은 히어로 영화에서 보기 드문 윤리적 무게를 지니며, 이후 슈퍼맨에게 깊은 상처와 고뇌를 남긴다.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단순한 승리보다 더 중요한 윤리적 성찰을 요구한다. 그리고 메트로폴리스의 잿더미 속에서 그는 진정한 슈퍼히어로로 거듭난다. 파괴 속에서 피어난 책임의식, 그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