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 마블 (Ms. Marvel, 2022)
줄거리
『미즈 마블』은 뉴저지에 사는 16세 파키스탄계 미국인 소녀 카말라 칸이 자신의 뿌리, 정체성, 그리고 히어로로서의 운명을 발견해 나가는 성장 이야기다. 어벤져스, 특히 캡틴 마블의 열렬한 팬이자 코믹북 덕후인 카말라는 일상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더 자유로움을 느낀다. 어느 날, 할머니가 보낸 오래된 팔찌를 착용한 순간, 그녀는 미지의 빛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능력은 단순한 초능력 획득이 아니라, 진(Gin)이라 불리는 다른 차원 존재들과 연관이 있으며, 그녀의 가문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카말라는 진들의 지도자 나지마와 갈등을 벌이며, 능력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고향 파키스탄의 과거와 분단의 역사까지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증조모의 과거를 확인하고, 타임슬립을 통해 역사적 사건에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또한 그녀는 뉴저지의 정부 기관인 Damage Control과도 충돌하며, 히어로로서의 책임감과 사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한다.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 속에 점점 성장하는 카말라는 결국 스스로를 미즈 마블이라 명명하고, 새로운 세대의 히어로로 자리잡는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X-유전자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그녀가 뮤턴트일 가능성이 시사되며 MCU 내에서의 포지션 확장도 암시한다.
이중 세계
『미즈 마블』은 기존 MCU의 성인 위주의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 10대 청소년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성장 드라마다. 주인공 카말라 칸은 가족과 문화, 정체성, 학교생활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며 자신만의 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녀는 미국 사회 속 무슬림 2세대 이민자로서의 정체성 혼란, 보수적인 부모와의 갈등, 그리고 10대 소녀로서 겪는 사랑과 우정의 감정까지 다층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성장기’에 그치지 않고 초능력이라는 장치를 통해 내면의 갈등을 시각화하고 극복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팔찌를 통해 획득한 능력은 단순한 힘이 아닌, 그녀의 혈통과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그녀의 존재 자체가 의미를 가진다는 메시지로 연결된다. 또한 작품 전반에 걸쳐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연출, 벽화 속 상상, 문자 이펙트 등을 활용하여 10대 주인공의 심리를 창의적으로 표현하고, 시청자에게 독특한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카말라는 미국에서 소외되던 자신을 히어로로 정체화함으로써,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진정한 힘임을 보여준다. 그녀는 단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공동체를 지키고자 하는 진심과 용기를 가졌기에 히어로가 된다. 이 드라마는 ‘다름’과 ‘정체성’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면서, 앞으로의 MCU가 나아갈 방향성인 차세대 히어로 서사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었다.
히어로가 된 소녀
『미즈 마블』은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닌, 문화와 역사, 유산에 대한 자각을 중심 테마로 삼는다. 카말라 칸은 무슬림이자 파키스탄계 미국인으로서 미국 주류 사회에서 ‘타자’로 여겨진다. 그녀는 학교에서도 ‘이상한 아이’로 간주되고,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이상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초능력을 얻게 된 후 그녀가 마주하는 진실은, 이 능력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그녀의 가족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할머니가 보낸 팔찌는 그녀의 증조모 아이샤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이 팔찌는 다른 차원의 존재 ‘진’과 연결돼 있으며, 이는 곧 그녀의 정체성이 단지 미국 내의 청소년이 아니라, 파키스탄의 분단 역사와도 맞닿아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카말라가 카라치에서 과거로 이동해 분단 당시 기차역에서 아이샤의 죽음을 목격하고, 할머니를 과거에서 인도하는 장면은 히어로 서사와 역사적 트라우마가 교차하는 인상적인 순간이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민자 2세대의 문화적 정체성과 정서적 뿌리를 이해하는 열쇠로 작용하며, ‘자신이 어디서 왔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곧 ‘무엇을 할 것인가’로 연결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드라마는 뮤지컬, 파키스탄 음악, 전통의상, 언어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 요소를 긍정적으로 드러내며, 세계적인 시청자들에게도 공감과 새로움을 동시에 제공한다.
결국 『미즈 마블』은 ‘슈퍼히어로가 된 소녀’의 이야기 이전에, 자신만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그것을 통해 자신을 영웅으로 자리매김하는 문화적 자각과 성장의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