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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오브 프레이 줄거리, 해방, 새로운 히어로

by wewe90 2025. 4. 18.

버즈 오브 프레이 포스터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Birds of Prey (and the Fantabulous Emancipation of One Harley Quinn), 2020)

줄거리

 영화는 할리 퀸이 조커와 이별한 직후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이전까지 고담시의 범죄자들은 그녀가 조커의 애인이었기 때문에 손을 대지 못했지만, 이별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그녀는 도시의 적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특히 고담의 냉혈한 마피아 보스 로만 시오니스(블랙 마스크)는 할리를 죽이려 하고, 이에 할리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로만과 거래를 시도한다.

 한편, 로만은 다이아몬드 하나를 손에 넣으려 한다. 이 다이아몬드에는 고담의 가장 악명 높은 마피아 가문의 은닉 자산 정보가 암호화되어 있고, 어린 소매치기 소녀 카산드라 케인이 그 다이아몬드를 훔쳐 삼켜버린 상태다. 로만은 그녀를 잡기 위해 잔혹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경찰 탐정 르네 몬토야, 복수귀 헌트리스(헬레나 버텔리), 클럽 가수이자 초음파 능력을 지닌 블랙 카나리(디나 랜스)는 각자의 이유로 이 사건에 얽히게 된다.

 처음에는 할리를 포함한 인물들 모두가 서로에게 적대적이거나 무관한 입장이지만, 로만과 그의 잔혹한 부하들에게 위협받는 카산드라를 중심으로 점점 협력하게 된다. 할리는 자신의 이기적인 생존 본능과 타인을 지키고 싶은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은 이들 여성들이 힘을 합쳐 로만과의 마지막 대결에 나선다. 클라이맥스는 고담의 폐 amusement park에서 벌어지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액션씬으로, 무기 하나 없이 치고받는 유쾌한 근접 전투가 큰 인상을 남긴다. 최종적으로 로만을 처치한 이들은 각자의 길을 가지만, 새로운 동맹인 '버즈 오브 프레이'가 탄생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할리는 카산드라와 함께 고담을 떠나 새로운 삶을 계획하며, 조커 없이도 당당히 살아가는 인물로 성장한다.

해방

 『버즈 오브 프레이』는 단순한 여성 팀업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할리 퀸이라는 인물이 독립된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통렬하게 그려낸 해방의 서사다. 영화는 조커와의 이별로 시작된다. 조커라는 존재로 인해 보호받고 있던 ‘이름 없는 여자’는 이제 범죄 세계에서 직접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순간이야말로 할리 퀸이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시작점이다. 그녀는 여전히 충동적이고, 엉뚱하며, 폭력적이지만 동시에 혼자 설 줄 아는 존재로 변해간다.

 영화는 이러한 변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폭력의 쾌감보다는 ‘자기 결정권’을 강조한다. 블랙 마스크와의 대립은 단순한 악당과의 싸움이 아니라, 남성 중심 사회 속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대결이다. 영화 속 캐릭터들인 헌트리스, 블랙 카나리, 르네 몬토야, 카산드라 케인은 모두 사회의 억압이나 과거의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며, 이들이 할리와 함께 연대하는 과정은 단순한 동맹을 넘어 ‘공존’의 서사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정통 히어로물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비틀고 조롱하며 새로운 여성 서사를 구축한다.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하고, 기존 관계에서 자유로워지며, 폭력조차 자신의 방식으로 통제하는 할리 퀸의 모습은 현대적인 페미니즘 히어로로 재해석될 만하다.

새로운 히어로

 『버즈 오브 프레이』는 이야기의 구성보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집중한 스타일 중심의 영화다. 이는 마치 할리 퀸의 내면을 시청각적으로 시각화한 듯한 인상을 준다. 영화는 비선형적 서사를 활용하여 기억의 조각처럼 이야기를 흩뜨려 놓고, 할리의 시점에서 자유롭게 구성된다. 다채로운 색감, 빠른 컷 전환, 만화적 연출은 혼란스러우면서도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는 DC 특유의 어둡고 무거운 세계관과는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며, 독립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한다. 액션 장면 또한 전형적인 폭력의 클리셰를 비껴간다. 롤러장 격투, 형광 총알, 폭죽이 터지는 장면 등은 단순한 전투가 아닌 퍼포먼스처럼 느껴지며, 장르적 유희와 과장된 연출로 영화의 톤을 완성시킨다. 사운드트랙 역시 여성 보컬 중심의 곡들로 구성되어 서사와 감정을 이끌어가며, 강한 여성 서사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이 영화는 영웅의 위대함이나 서사적 진중함보다는, 혼돈 속에서 피어나는 정체성과 해방의 감각에 집중한다. 할리 퀸은 규범을 따르지 않고, 틀을 깨고 나와 스스로의 길을 만든다. 그녀의 혼란스러운 사고, 감정의 파편, 자유분방한 태도는 이 영화 전체의 구성과 형식을 지배하며, 단순한 캐릭터 영화 그 이상으로 확장된다. 『버즈 오브 프레이』는 어쩌면 DC의 가장 독창적인 시도이며, 누군가의 시선이 아닌 자기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여성 히어로의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