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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줄거리, 슬픔과 부활, 숨겨진 세계

by wewe90 2025. 4. 8.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포스터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 2022)

줄거리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와칸다의 국왕이자 블랙 팬서였던 티찰라의 죽음으로 시작됩니다. 세계는 티찰라의 부재 이후 와칸다가 더 이상 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험하려 하며, 특히 비브라늄을 노리는 외부 세력들의 압박이 심해집니다. 와칸다는 이를 막기 위해 더욱 단결하려 하지만, 새로운 위협이 등장하게 됩니다.

 해저 왕국 '탈로칸(Talokan)'의 왕 네이머(Namor)가 나타나, 자신들의 존재가 외부 세계에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와칸다에 경고를 보냅니다. 네이머는 미국 정부가 비브라늄을 추적하려고 만든 탐지기를 문제 삼으며, 이 기술을 만든 사람을 넘기라고 요구합니다. 이 탐지기를 만든 인물은 MIT의 천재 공학도 리리 윌리엄스, 훗날 아이언하트로 성장하는 인물입니다.

 와칸다는 리리를 보호하며 네이머와 갈등을 피하려 하지만, 사건은 점점 악화되어 양국 간 전쟁 위기로 치닫습니다. 한편, 티찰라의 여동생 슈리(Shuri)는 오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블랙 팬서의 계승을 거부해왔지만, 와칸다의 위기를 맞이하면서 결국 블랙 팬서의 역할을 이어받게 됩니다. 슈리는 과학과 전통 사이에서 고뇌하면서도, 새롭게 합성한 형상의 심장형 허브를 통해 블랙 팬서로 다시 태어납니다. 결전에서 슈리는 네이머와 맞서 싸우고, 그의 약점을 분석하여 전투에서 우위를 점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슈리는 복수보다는 평화를 택하며 네이머와의 화해를 이끌어냅니다. 영화는 티찰라를 기리는 진심 어린 추모와 함께 슈리의 성장, 그리고 와칸다가 맞이한 새로운 미래를 통해 감동적으로 마무리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키아가 티찰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슈리에게 소개하면서, 블랙 팬서의 유산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슬픔과 부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실존 인물 채드윅 보즈먼의 부재라는 현실과 영화 속 티찰라의 죽음이라는 허구를 연결하여, 한 국가와 한 가족, 한 세계가 겪는 ‘상실’과 ‘애도’를 중심에 둔다. 와칸다라는 초과학적 문명을 가진 국가가 가장 강력한 수호자이자 왕을 잃고, 지도자 없이 흔들리는 모습은 단순한 혼란이 아닌 정체성의 위기를 상징한다.

 슈리는 천재적인 과학자이자 왕족이지만, 오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냉소와 회의 속에 살아간다. 그녀는 전통적인 방식의 장례를 거부하고, 신에 대한 믿음보다 기술과 논리를 우선시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나모르와의 충돌, 라몬다 여왕의 희생, 전쟁의 위협 속에서 슈리는 점차 ‘감정의 봉인’을 풀게 되고,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함으로써 다시 자신의 길을 정립한다.

 그녀가 블랙 팬서로서 복수를 택할 것인가, 용서를 택할 것인가의 기로에 섰을 때, 그녀는 킬몽거와 티찰라 두 극단의 철학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선택한다. 이 결정은 슈리라는 인물이 더 이상 조연이나 천재 소녀가 아닌, 와칸다를 이끄는 진정한 영웅으로 성장했음을 상징한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단지 새로운 블랙 팬서의 탄생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분노를 넘어서 사랑과 유산을 잇는 서사다. 티찰라의 빈자리를 억지로 채우지 않고, 그 부재 자체를 이야기의 중심에 둔 점은 MCU 내에서도 보기 드문 정제된 애도와 부활의 드라마로 평가할 수 있다.

숨겨진 세계

 이 영화는 단지 와칸다의 내부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는다. 바깥 세계와의 갈등, 그중에서도 해저 문명 ‘탈로칸(Talokan)’과의 충돌은 새로운 문화적 관점과 세계관을 MCU에 도입한다. 나모르의 등장은 단순한 빌런의 출현이 아니라, 지구라는 공간을 두고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고대 문명이 등장함을 의미한다. 탈로칸은 마야 문명에서 영감을 받은 수중 왕국으로, 식민주의적 침탈로부터 생존한 문명이자, 비브라늄이라는 자원을 통해 와칸다와 대등한 힘을 가진 세력으로 그려진다.

 나모르는 극단적인 보호주의자이자 선제공격론자이며, 외세의 위협 앞에서 침묵하기보다는 먼저 무력을 행사하려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과 민족을 지키기 위해 와칸다와의 동맹을 요구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강압적 방식으로 접근한다. 와칸다는 티찰라의 외교적 개방 이후 세계와 충돌하고, 탈로칸은 그로 인해 존재가 노출될까 두려워 전면전을 준비한다.

 이 두 세계의 충돌은 단지 자원이나 힘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인가'라는 가치관의 경쟁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둘 다 과거 식민 침탈을 겪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선악 대립이 아니라 공통의 고통에서 출발한 두 문명의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나모르와 슈리의 마지막 대립은 결국 힘으로 결정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과 관용의 여부로 귀결된다.

 이처럼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MCU가 단일한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 다원적이고 복잡한 문화 간 관계, 제국주의 이후의 상처와 생존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단순한 블록버스터를 넘어, 정체성과 역사, 관계의 긴장 속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매우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