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비틀 (Blue Beetle, 2023)
줄거리
대학을 졸업한 하이메 레예스는 고향인 팔메라 시티로 돌아오지만, 가족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하이메는 가족을 돕기 위해 일자리를 찾던 중, 코르드 인더스트리의 CEO 빅토리아 코르드의 조카 제니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제니는 빅토리아가 고대 외계 유물인 스카라브를 군사 무기로 활용하려는 계획에 반대하며, 스카라브를 하이메에게 맡긴다.
하이메가 스카라브를 손에 넣자, 그것은 그의 몸과 융합되어 강력한 외골격 갑옷을 형성하고, 하이메는 슈퍼히어로 '블루 비틀'로 거듭난다. 그러나 이 힘은 하이메에게 혼란과 책임을 동시에 안겨준다. 그는 스카라브의 인공지능 '카지다'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점차 능력을 통제하게 되지만, 빅토리아는 하이메의 힘을 빼앗기 위해 그의 가족을 위협한다.
하이메는 삼촌 루디와 제니의 도움을 받아, 제니의 아버지이자 이전 블루 비틀이었던 테드 코르드의 비밀 연구실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하이메는 블루 비틀의 유산과 스카라브의 진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빅토리아는 하이메의 아버지 알베르토를 공격하여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만들고, 하이메를 납치하여 그의 능력을 추출하려 한다.
하이메는 아버지의 영혼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영웅으로서의 자각을 하게 되고, 스카라브와 완전히 동화되어 탈출에 성공한다. 그는 빅토리아의 오른팔인 카라팍스와의 전투에서 그의 과거를 이해하고, 복수보다는 용서를 선택한다. 카라팍스는 빅토리아의 악행을 깨닫고 그녀와 함께 자폭하여 모든 위협을 제거한다.
이후 제니는 코르드 인더스트리의 새로운 CEO가 되어, 하이메의 가족을 지원하고 지역 사회를 돕기로 약속한다. 하이메는 가족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며, 블루 비틀로서의 삶을 받아들인다. 쿠키 영상에서는 실종된 테드 코르드가 살아있음을 암시하는 메시지가 전해지며, 향후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히어로의 의미
『블루 비틀』은 화려한 초능력보다 ‘가족’이라는 테마에 집중함으로써 기존 슈퍼히어로물과 차별화된다. 이 작품은 하이메 레예스라는 젊은 라틴계 청년이 우연히 외계 테크놀로지 ‘스카라브’에 의해 블루 비틀로 변모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개인의 성장과 공동체의 의미를 동시에 다룬다. 하이메는 평범한 대학 졸업생으로,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성실한 청년이다.
하지만 갑작스레 강력한 힘을 갖게 되면서 그는 단순한 삶에서 ‘무거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영화는 초능력의 기원을 단순한 운명이 아닌, 선택과 책임의 문제로 풀어낸다. 하이메는 영웅으로서 세계를 구하기에 앞서,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의 가족은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기능하며, 전투의 현장에까지 개입한다.
이는 슈퍼히어로가 흔히 가족과 거리를 두는 기존 서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특히 조부 호세의 희생과 어머니의 용기는 하이메에게 진정한 영웅이 되기 위한 동기를 제공한다. 그는 스카라브의 기계적 명령을 거부하고, 인간의 감정으로 싸우기를 선택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이처럼 『블루 비틀』은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히어로가 되는 이유를 다시 묻는다. 하이메는 도시를 지키기 위해 싸우지만, 결국 그가 지키고 싶은 건 가족과 유산이며, 이는 곧 그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말해주는 강력한 서사다.
새로운 세계
『블루 비틀』은 외계 테크놀로지 기반의 액션과 라틴 아메리카 문화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통해 새로운 시각의 슈퍼히어로 서사를 제시한다. 스카라브는 생명체에 기생해 초인적 능력을 부여하는 고대 외계 기술이지만, 하이메와 융합되면서 그것은 단순한 무기가 아닌 자아의 일부가 된다. 스카라브와 하이메 사이의 상호작용은 슈트와 인간의 연결 이상으로, 인간성과 기계성의 조화를 상징하는 요소다.
특히 하이메가 기계의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통해 힘을 제어하려는 모습은 인간의 주체성과 자유의지를 강조하는 중요한 메시지로 작용한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영화 전반에 녹아 있는 라틴 아메리카 정체성이다. 가족의 식사 장면, 음악, 언어, 도시의 구조와 분위기까지 모두가 미국 주류 문화와 다른 이민자 커뮤니티의 시선을 반영한다. 이는 영화의 배경이 단순한 무대가 아닌, 서사의 본질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악역 빅토리아 코드가 상징하는 다국적 기업의 탐욕은 식민주의적 시스템의 축소판이며, 하이메의 가족은 이에 맞서는 공동체적 저항의 상징이다. 영화 후반의 전투는 하이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생존을 위한 협력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블루 비틀이라는 히어로는 단순한 초능력자가 아닌, 사회적 상처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현실적인 영웅’으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정체성은 앞으로의 DCU 확장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