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줄거리
영화는 전작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충격적인 엔딩에서 바로 이어집니다. 미스테리오의 음모로 인해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이 전 세계에 공개되며, 그의 일상은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피터는 자신뿐만 아니라 MJ(젠데이아), 네드(제이콥 배탈런), 이모 메이(마리사 토메이)까지 언론과 대중의 관심 속에 고통받는 상황에 처합니다. 특히 대학 입시에서 피터와 친구들이 불이익을 받자, 그는 이 모든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찾아갑니다.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자신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상태로 세상을 되돌려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나 주문 중 피터가 계속 조건을 덧붙이며 방해하자, 마법이 꼬이게 되고 그 결과로 다른 세계의 인물들, 즉 멀티버스 속 빌런들이 피터의 세계로 넘어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일렉트로, 샌드맨, 리자드 등 과거 소니의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등장했던 악당들이 등장합니다.
피터는 그들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려 하지만, 이들이 돌아가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들을 구하려고 결심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메이 이모의 희생을 겪고 큰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후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또 다른 두 스파이더맨이 등장하여 피터와 힘을 합쳐 빌런들을 구하고자 합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자신들의 아픔과 교훈을 공유하며, 톰 홀랜드의 피터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세 스파이더맨이 힘을 합쳐 마지막 전투를 펼친 끝에 악당들을 치료하고 본래 세계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하지만, 멀티버스의 균열이 심해져 결국 피터는 세상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지우는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영화는 모두가 피터 파커를 잊은 상태에서 그가 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되며, 한 소년이 진정한 히어로로 성장하는 서사를 감동적으로 마무리합니다.
진짜 성장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MCU 스파이더맨 3부작의 정점이자, 피터 파커의 정체성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이전 두 편에서 피터는 ‘히어로’와 ‘학생’이라는 정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어벤져스와의 관계 속에서 성장해왔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양면성조차 무너뜨린다. 미스테리오가 죽기 전 남긴 조작된 영상으로 인해 피터의 정체가 세상에 공개되며, 그는 일상과 자유를 박탈당한다.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정의의 상징이 아니라 논란과 분열을 부르는 존재가 되고, 피터는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가족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 과정에서 멀티버스가 열리고, 다른 차원의 빌런들과 또 다른 피터 파커들이 현실로 들어오게 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크로스오버 팬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각기 다른 세계의 스파이더맨들이 서로의 상처와 죄책감을 공감하며 감정적으로 교차하는 구조를 택한다. 특히 톰 홀랜드의 피터가 이 과정에서 이모 메이의 죽음을 겪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전통적 스파이더맨의 교훈을 직접 체화하게 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는 분노와 복수의 기로에 서지만, 결국 ‘선택’을 통해 진정한 히어로로 성장한다. 마지막에 세상 모두에게서 자신을 지우는 결단은 단순한 마법 이상의 희생이며,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름이 다시 ‘고독한 수호자’로 회귀하는 순간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피터 파커가 소년에서 진짜 영웅으로 거듭나는 ‘통과의례’이자, 존재의 본질을 자각하게 되는 성숙의 서사다.
멀티버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단지 MCU 내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2002년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부터 시작된 20년 가까운 실사판 스파이더맨 영화의 집대성이며, 각기 다른 시대와 관객이 사랑해온 피터 파커들을 하나의 이야기 안으로 불러들인 전례 없는 시도였다.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그리고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한 화면에 등장하는 장면은 단순한 향수 자극을 넘어서, 세대와 해석을 초월한 연대와 위로의 장으로 작용한다.
세 명의 피터는 모두 각자 다른 상처를 지녔지만, 서로의 경험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얻는다. 특히 앤드류 가필드가 자신의 세계에서 구하지 못했던 그웬 스테이시를 떠올리며, MJ를 구해내는 장면은 단순한 구조 행위를 넘어, 실수에 대한 속죄이자 자기 구원의 순간으로 기능한다.
영화는 멀티버스를 단지 설정으로 소비하지 않고, 과거와 현재, 캐릭터와 배우, 팬과 작품 간의 정서적 공명대로 확장시킨다. 또한 닥터 옥토퍼스, 그린 고블린, 샌드맨 등 기존 빌런들의 등장은 과거의 악당을 단순히 ‘퇴치 대상’이 아닌, 회복과 구원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치유의 영웅’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MCU 세계관 안에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정립한 작품이지만, 그 안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과거의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낸 진심이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를 둘러싼 긴 시간의 유산을 정리하면서도, 앞으로의 이야기에 기대를 품게 만드는 매우 독창적이고 감정적으로 충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