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 (Spider-Man: Homecoming, 2017)
줄거리
영화는 어벤져스 뉴욕 전투 이후 폐기된 외계 기술을 수거하는 에이드리언 툼스(벌처)와 그의 팀이 토니 스타크의 데미지 컨트롤 부서에 의해 일자리를 잃으면서 시작된다. 이에 툼스는 외계 기술을 이용한 무기 밀매를 시작하고, 이후 피터 파커와 대립하게 된다.
한편, 피터 파커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아이언맨과 함께 싸운 후, 토니 스타크로부터 스파이더 슈트를 받았지만, 이후 별다른 임무를 받지 못하고 고등학생으로서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스타크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 하지만, 토니는 그를 아직 어벤져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피터는 퀸스에서 벌처의 조직이 외계 기술을 이용한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저지하려 한다. 하지만 그의 무모한 행동은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토니 스타크는 피터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스파이더 슈트를 회수한다.
피터는 이후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홈커밍 파티 날 벌처의 정체가 자신이 짝사랑하는 리즈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슈트 없이도 히어로로서의 책임을 다하기로 결심하고, 벌처의 계획을 저지한다. 마지막 전투에서 그는 스타크의 장비를 훔치려는 벌처를 막고, 그의 생명을 구한 후 경찰에 넘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토니 스타크는 피터에게 새로운 슈트를 제공하며 어벤져스에 합류할 기회를 주지만, 피터는 이를 거절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히어로 활동을 이어가기로 한다. 엔딩 크레딧 이후 장면에서는 벌처가 감옥에서 다른 빌런인 스콜피온과 만나는 모습이 등장해 후속작을 암시한다.
일상과 책임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히어로의 위대한 능력보다, 청소년으로서의 불안정한 정체성과 성장의 과정을 중심에 둔 특별한 히어로 영화다. 피터 파커는 세상을 구하는 위대한 사명을 짊어진 영웅이라기보다는, 학교생활과 히어로 활동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그려진다. 그는 어벤져스와 함께 싸우고 싶어 하지만, 토니 스타크는 그를 ‘지역 담당’ 히어로로 제한하며 점차적으로 성장할 것을 권한다.
이로 인해 피터는 스스로를 과소평가당한다고 느끼고, 어른이 되기 위한 조급함 속에서 무모한 선택을 반복한다. 수업 중 몰래 외출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어긋나게 하며, 중요한 학교 행사와 자신의 히어로 임무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단지 갈팡질팡하는 10대의 모습이 아니라, 책임이란 무엇인지,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벌처와의 대결을 통해 피터는 단순히 멋진 슈트나 인정을 통해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이라도 묵묵히 해내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히어로의 자질임을 깨닫는다. 영화는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고전적 스파이더맨의 메시지를 현대적인 십대의 시선에서 재해석하며, 관객에게도 성장이라는 것이 결코 완성된 능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히어로이자 학생, 친구이자 아들인 피터 파커가 정체성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히어로 서사에 인간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더한 작품이다.
영웅의 자격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가장 강한 메시지는 “수트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면, 그 수트를 가질 자격도 없다”는 토니 스타크의 말로 압축된다. 피터 파커는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아이언맨식 슈트를 통해 자신이 더 강해지고, 더 대단한 히어로가 되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영화는 반복적으로 그가 수트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본인의 진정한 가치를 놓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실제로 그는 훈련을 무시하고, 임무에 대한 판단력을 잃으며, 자신의 실수로 대형 사고를 일으킨다. 이후 토니는 그의 슈트를 회수하며 피터에게 “슈트 없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넌 그 자격이 없다”는 말을 남긴다. 이 장면은 피터가 진짜 히어로로 성장하기 위한 분기점이 된다. 결국 피터는 수트 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벌처를 추적하고, 민간인을 구하며, 치명적인 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든 과정은 그가 더 이상 ‘아이언맨의 후계자’가 아닌, 독립된 히어로로서의 자질을 갖추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토니가 어벤져스에 정식으로 합류하라는 제안을 하자 피터가 이를 거절하는 장면은, 외적인 인정보다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스스로 정의하겠다는 성숙한 선택이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기술이나 수트가 아닌 ‘마음가짐’이 진짜 영웅의 핵심임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피터는 수트가 없어도 스파이더맨이며, 그 사실을 스스로 깨달음으로써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