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Aquaman and the Lost Kingdom, 2023)
줄거리
아서 커리는 이제 아틀란티스의 왕이 되었고, 지상에서는 아내 메라와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살아간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블랙 만타는 전작에서 아버지를 죽게 한 아서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이집트의 저주받은 힘 ‘블랙 트라이던트’를 손에 넣는다. 이 무기는 바다의 고대 왕국 '로스트 킹덤'의 봉인된 어둠을 깨우는 열쇠다. 블랙 만타는 이 힘을 이용해 대지와 바다 모두를 정복하려 한다.
이에 맞서기 위해 아서는 뜻밖의 동맹을 찾는다. 바로 감옥에 갇혀 있던 이복동생 옴(오션 마스터)이다. 한때 아서와 적대하던 옴은 결국 형과 손을 잡고 함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들은 전설 속에 묻힌 고대 왕국을 찾아나서고, 그 속에서 과거 아틀란티스가 봉인했던 힘과 대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서는 자신이 단순히 왕이 아니라, 세상의 균형을 지키는 수호자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전편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정치적 갈등보다는 마법, 고대 유산, 형제 간 화해 같은 판타지 요소가 강조되며, 아서와 옴의 관계가 중심축으로 전개된다. 메라와 아서의 가족애 역시 주요 감정선으로 등장하며, 인간 세계와 해저 왕국이 직면한 위기를 동시에 그려낸다. 이야기의 후반부에서는 로스트 킹덤의 진실이 드러나고, 블랙 만타와의 최후 대결이 펼쳐지며 절정에 이른다. 전편보다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 아쿠아맨의 책임감과 성장, 그리고 가족과 세계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 핵심 주제를 이룬다.
형제의 동맹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전작에서 적대적이었던 아서와 오름의 관계가 ‘공동의 적’이라는 위협을 통해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을 중심에 둔다. 오름은 전작에서 세계를 정복하려다 아서에게 패배하고 감옥에 갇힌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블랙 만타의 위협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자, 아서는 자신 혼자의 힘으로는 아틀란티스를 지킬 수 없음을 깨닫고 오름에게 손을 내민다. 이는 단순한 권력의 나눔이 아니라, 형제애의 회복을 위한 모험의 시작이다.
오름 역시 아틀란티스를 지키겠다는 사명감 속에서 동생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 둘은 함께 위험한 여정을 떠난다. 초기에는 서로를 경계하며 감정을 숨기던 이들은, 로스트 킹덤을 향한 여정 속에서 과거의 오해를 하나씩 풀어가며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특히 블랙 만타와의 전투 과정에서 서로의 생명을 지켜주는 순간들이 쌓이면서, 둘의 관계는 단순한 동맹을 넘어 진정한 형제로 거듭난다. 오름은 자신의 오만함과 과오를 반성하고, 아서는 형을 이해하며 그가 가족이자 왕국의 일원으로 돌아올 자격이 있음을 인정한다.
영화는 이 둘의 관계 변화를 통해 단순한 화해를 넘은 감정의 회복, 책임의 공유, 미래를 함께 짊어지려는 결심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피로 맺어진 형제의 관계가 어떻게 상처를 딛고 성숙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감정 중심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 서사는 시리즈 전체의 정서적 깊이를 확장시키며, 관객에게 ‘진정한 힘’이란 함께하는 이들 간의 신뢰와 연대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숨겨진 왕국
이번 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갈등 축은 고대 유물인 블랙 트라이던트의 부활과 그에 얽힌 고대 왕국 ‘네크루스’의 존재다. 블랙 만타는 전작에서 아쿠아맨에게 패배한 이후 복수심에 불타오르며, 오랜 세월 숨겨진 전설 속 무기인 블랙 트라이던트를 찾아낸다. 이 무기는 단순한 강력한 무기가 아니라, 아틀란티스 왕국조차 두려워했던 금기된 힘을 품고 있으며, 과거 네크루스를 멸망시킨 저주와도 연결되어 있다. 블랙 만타는 이 힘을 이용해 아틀란티스를 파괴하고, 아서에게 똑같은 고통을 안기려 한다.
아서와 오름은 이 위협을 막기 위해 네크루스의 흔적을 추적하며, 그곳이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고대 왕국이었음을 밝혀낸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아틀란티스의 숨겨진 역사, 권력의 어두운 뿌리, 그리고 자신들이 지켜야 할 진정한 유산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블랙 트라이던트의 힘은 단순한 공격력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사람의 증오를 증폭시키고, 정신을 지배하며, 궁극적으로 세계 전체를 황폐화시킬 수 있는 재앙의 열쇠다.
영화 후반, 아서와 오름은 블랙 만타와 최종 결전을 치르게 되며, 이 전투는 단순한 적과의 싸움을 넘어 고대의 저주를 끊는 의식처럼 묘사된다. 이 과정에서 블랙 만타의 복수심은 그를 괴물로 만들고, 아서와 오름은 그를 인간적으로 이해하면서도 끝까지 막아선다. 최종적으로 블랙 트라이던트는 파괴되고, 네크루스의 저주는 해소된다. 영화는 전설과 현대가 충돌하는 구조 속에서, 과거를 제대로 마주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교훈을 전하며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