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다비전 (WandaVision, 2021)
줄거리
타노스와의 전투 이후, 비전을 잃은 완다 막시모프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뉴저지의 마을 ‘웨스트뷰’를 무의식적으로 장악하게 된다. 그녀는 주민들의 정신을 조종해 마을 전체를 과거 시트콤 스타일의 현실로 변모시키고, 죽은 비전과 가상의 쌍둥이 자식들과 함께 ‘이상적인 가족’의 삶을 살아간다.
각 회차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미국 TV의 시대를 반영하며, 시청자에게 익숙한 포맷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서서히 허문다. S.W.O.R.D. 요원인 모니카 램보는 이 현상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마을에 침투하고, 비전 역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완다의 세계는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외부 세계의 개입과 내부의 불안정성이 겹치며, 이 모든 현실은 사실 완다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되었음이 드러난다. 후반부에는 아가사 하크니스라는 마녀가 등장해 완다의 힘의 본질을 파헤치고, 그녀가 바로 전설 속의 ‘스칼렛 위치’임을 밝힌다. 아가사는 완다의 힘을 빼앗으려 하지만, 완다는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능력을 각성해 아가사를 물리친다.
완다는 자신의 환상이 타인에게 고통을 주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만들어낸 세계를 해체하며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을 택한다. 마지막에는 다크홀드를 연구하며 마법 능력을 갈고닦는 완다의 모습이 등장하며, MCU 페이즈4 이후 세계에 대한 암시를 남긴다.
시트콤
『완다비전』은 슈퍼히어로 장르를 빌려온 드라마지만, 그 본질은 슬픔과 상실을 마주하지 못한 한 여인의 고통스러운 현실 회피에 관한 이야기다. 완다 막시모프는 비전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뉴저지의 작은 마을 웨스트뷰 전체를 장악하고, 자신의 이상적인 삶을 재현하기 위해 마법으로 현실을 뒤틀어버린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도 자각하지 못한 채 전 주민의 의식을 지배하고, 과거 미국 시트콤 형식으로 짜인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처음엔 흑백화면의 1950년대, 그 다음엔 컬러로 바뀌는 70~90년대 시트콤처럼, 완다의 환상은 시대별로 발전하지만 결국 외부 세계의 개입과 내부 모순으로 균열이 발생한다. 완다는 비전이 이 세계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자 점점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 더 강력한 통제를 시도하며, 갈등은 심화된다. 주변 인물들도 점점 자아를 되찾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더 이상 이 세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이 작품은 히어로가 세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기 감정을 부정하고 현실을 만들어낼 때 어떤 대가가 따르는지를 보여준다. 완다는 결국 자신의 환상이 다른 이들의 고통 위에 세워졌음을 깨닫고, 모든 것을 거두는 결정을 내린다. 이 결단은 그녀가 영웅이라서가 아니라, 고통과 마주하는 법을 배운 인간으로서 내려진 선택이다.
스칼렛 위치의 탄생
『완다비전』은 완다 막시모프의 정체성이 ‘스칼렛 위치’로 각성되는 기점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세계관이 마법과 멀티버스로 확장되는 첫 관문이다. 시트콤 형태로 이어지던 이야기는 아가사 하크니스라는 강력한 마녀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마법 대결 구도로 전환된다. 아가사는 웨스트뷰의 이상한 기운을 추적해 완다의 힘의 근원을 밝혀내고, 그녀가 전설로만 알려진 ‘스칼렛 위치’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스칼렛 위치는 혼돈의 마법을 다루며, 주문이나 룬 없이도 현실을 재창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 사용자다. 완다는 처음엔 이 힘을 부정하고 두려워하지만, 결국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아가사와의 전투를 통해 그 힘을 받아들인다. 이 과정에서 완다는 자신의 마법이 어떤 파괴를 낳았는지를 확인하고, 죄책감과 책임 속에서 진정한 각성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녀는 가족을 잃고, 가짜 현실을 스스로 무너뜨리지만, 그 대가로 진짜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완다는 다크홀드를 읽으며 마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는 곧 그녀가 MCU 내에서 단순한 감정적 인물이 아닌, 다중우주의 균형을 뒤흔들 수 있는 존재로 변화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완다비전』은 개인적 상실과 힘의 각성을 동시에 보여주며, 마블의 페이즈4 이후 이야기에 중요한 서사적 전환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