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우먼 1984 (Wonder Woman 1984, 2020)
줄거리
영화는 다이애나의 어린 시절로 시작합니다. 아마존 섬 테미스키라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어린 다이애나는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지만, 중요한 교훈 '진실을 속여서는 안 된다는 점' 을 배우게 됩니다. 이 서두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진실과 욕망의 테마를 암시합니다.
본격적인 줄거리는 1984년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다이애나는 인간 세계에 섞여 조용히 살아가며 박물관에서 고고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정의를 위해 활동하지만, 과거 연인이자 1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었던 스티브 트레버를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느 날, 정부 기관에서 수거한 수상한 유물 소원을 이뤄주는 마법의 돌(Dreamstone)이 박물관으로 오게 되며 사건이 시작됩니다.
다이애나는 무의식적으로 스티브의 부활을 소원하고, 그의 영혼이 다른 남자의 몸을 통해 돌아옵니다. 한편, 소심한 박물관 동료 바바라 민에르바는 자신처럼 강하고 매력적인 여성이 되기를 바라며 돌의 힘으로 점점 변해가고, 결국 치타(Cheetah)라는 초인적인 존재가 됩니다.
이 돌의 존재를 알게 된 사업가 맥스웰 로드는 직접 그 힘을 흡수해 전 세계 사람들의 소원을 실현시켜 주는 대가로 그들의 권한과 권력을 빼앗습니다. 세계는 점점 혼란에 빠지고, 인간들의 욕망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며 대재앙으로 이어집니다. 다이애나는 혼란을 막기 위해 진실을 선택하고, 사랑했던 스티브를 다시 떠나보내며 인류를 위한 희생을 감수합니다. 마지막에는 세계를 구하고, 치타와 맥스웰 모두를 각자의 방식으로 구원하며 마무리됩니다.
이상과 현실
『원더 우먼 1984』는 전작과 달리, 전쟁이 아닌 풍요의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다이애나는 워싱턴 D.C.에서 고고학자로 살아가며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존재한다. 슈퍼히어로로서의 삶은 여전하지만, 과거 스티브 트레버와의 이별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 영화의 중심은 ‘드림스톤’이라는 소원석이다. 이 유물을 통해 사람들은 각자의 바람을 현실로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러야 한다.
다이애나는 죽은 스티브의 부활을 소망하며, 그의 환생과 같은 기적을 경험하지만, 점차 자신의 힘을 잃어가게 된다. 영화는 여기서 ‘무엇이 진짜 정의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슈퍼히어로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가? 진정한 사랑과 이상이 충돌할 때, 영웅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다이애나는 그 질문 속에서 고뇌하고, 결국 스티브를 다시 떠나보내며 자신을 되찾는다.
이는 단순히 사랑을 포기하는 장면이 아니라, 진정한 영웅이란 자기 희생을 통해 모두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내리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영화는 갈등의 해결을 물리적인 전투가 아닌 설득과 감정의 전달로 완성하며, 히어로물의 문법을 재정립한다. 19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 화려함과 욕망, 물질주의의 함정을 지적하면서도, 그 안에서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다.
빛과 환상
『원더 우먼 1984』는 시각적 스타일과 정서적 감수성을 통해 80년대의 낭만과 허상을 동시에 담아낸다. 영화는 고전 히어로 영화의 감성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톤을 유지하면서, 다이애나라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전작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진실과 정의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과잉된 욕망의 시대 속에서 자아를 지키는 이야기에 가깝다.
맥스웰 로드라는 악역은 전형적인 파괴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체현한 존재다. 그는 사람들의 바람을 이용해 세계를 뒤흔들며, 무너져가는 질서를 조장한다. 반면 바바라 미네르바(치타)는 소외된 개인이 강해지고 싶다는 순수한 바람에서 시작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권력의 유혹이 어떻게 사람을 변형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캐릭터 구성은 선과 악을 단순히 구분짓지 않고, 인간 내면의 다양한 층위를 조명한다.
영화는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보기 드문 방식으로 클라이맥스를 구성한다. 다이애나는 무력을 앞세우지 않고, 전 세계를 향한 진심 어린 메시지로 사람들의 선택을 바꾼다. 이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지금 시대에 필요한 희망의 서사이기도 하다. 패티 젠킨스 감독은 전작보다 더 감성적이고 몽환적인 색채로 캐릭터의 내면과 시대의 불안을 조율하며, 인간적인 슈퍼히어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