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우먼 (Wonder Woman, 2017)
줄거리
영화는 아마존 전사들의 신성한 섬, 데미스키라에서 시작됩니다. 이곳은 인간 세계와 단절된 평화로운 섬으로, 전사들이 전쟁의 신 아레스의 위협에 대비해 훈련을 지속하는 곳입니다. 다이애나는 섬의 여왕 히폴리타의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강력한 전사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습니다. 어느 날, 한 비행기가 섬 근처에 추락하고, 조종사인 스티브 트레버가 구조되면서 그녀의 인생이 변화합니다.
스티브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인간 세계에서 온 스파이로, 독일군의 비밀 화학무기 계획을 막기 위해 정보를 들고 탈출한 상황이었습니다. 다이애나는 이 전쟁이 아레스의 소행이라고 믿고, 전쟁을 멈추기 위해 인간 세계로 가기로 결심합니다. 히폴리타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기와 방패, '신의 킬러'로 알려진 검을 가지고 스티브와 함께 떠나게 됩니다.
런던에 도착한 다이애나는 인간 사회의 문화, 성역할, 정치적 모순 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녀와 스티브는 소규모 팀을 꾸려 전선으로 향하고, 독일군의 치명적인 무기 제조를 저지하려 합니다. 전투 중 다이애나는 초인적인 힘과 전사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며 동료들의 존경을 얻게 됩니다. 이후 독일군의 총사령관 루덴도르프를 아레스라고 믿고 그를 처단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진짜 아레스는 다이애나의 주변에 숨어 있었고, 그 정체는 영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였습니다. 아레스는 인간의 본성은 타락했고 전쟁은 필연이라고 주장하지만, 다이애나는 사랑과 희생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게 되며 그와 맞서 싸워 승리합니다. 스티브는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다이애나는 그 상실을 딛고 진정한 영웅으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됩니다.
전사의 탄생
『원더 우먼』은 단순한 슈퍼히어로의 탄생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다이애나라는 인물이 전사로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테미스키라에서 신들의 보호 아래 자란 다이애나는 외부 세계에 대해 순수한 이상을 품고 있다. 그녀는 정의와 평화, 사랑의 힘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스티브 트레버를 만나면서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끔찍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그녀는 처음에는 이 모든 전쟁의 원인이 아레스라는 신에 있다고 믿지만, 점차 인간 자체가 가진 본성과 모순을 목격하게 된다. 아레스와의 결투는 신과 신의 싸움이 아니라,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상징하며, 다이애나는 결국 인간의 복잡성과 그 안에 존재하는 선의 가능성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녀의 성장 서사는 신적인 존재가 인간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철학적 여정을 담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힘을 사용하는 슈퍼히어로가 아닌, 사랑과 이해를 통해 진정한 구원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여성 히어로가 전면에 선 이 작품은 단지 젠더적 상징성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독립된 주체로서 그녀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서사를 구축하며 진정한 의미의 주인공으로 완성된다. 원더 우먼은 이상주의자에서 현실을 직면하는 책임자로 성장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쟁을 끝내려는 영웅으로 거듭난다. 이는 단순한 승리의 서사가 아니라, 깨달음과 공감, 그리고 희생을 통해 완성된 진정한 ‘영웅의 길’이다.
휴머니즘
『원더 우먼』의 가장 큰 미덕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류애와 희망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다이애나의 모습이다.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여 인간성의 파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들을 지키려는 그녀의 노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노 맨즈 랜드’ 장면에서 다이애나가 혼자 적진을 향해 나아가는 장면은 단순한 액션 시퀀스를 넘어, 절망 속에서도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녀는 초인적인 힘을 이용해 적을 무찌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들을 서로 연결하고 지키기 위해 싸운다. 스티브 트레버와의 관계 역시 로맨스를 넘어선 상호 존중과 이해의 모습으로, 그녀가 인간 세계를 사랑하게 되는 계기를 형성한다. 영화는 다이애나가 인간의 잔혹함과 선함을 모두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단순한 악당 물리치기 서사가 아닌 복합적 감정과 가치 판단이 중심이 되는 드라마로 확장된다. 그녀는 인간의 약점을 보고도 그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약함 속에서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러한 다이애나의 시선은 원더 우먼이라는 존재를 기존 슈퍼히어로와 구별짓는 결정적 요소다. 그녀는 세상을 구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싸운다. 이처럼 영화는 액션과 스펙터클에 머무르지 않고, 전쟁 한가운데서 피어난 깊은 인간애와 휴머니즘을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