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Eternals, 2021)
줄거리
『이터널스』는 우주의 창조자인 셀레스티얼 '아리셈'이 수천 년 전 지구에 파견한 10명의 불사의 존재 '이터널스'가 지구 인류를 위협하는 생명체 '데비언츠'를 처치하기 위해 활동해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세르시, 이카리스, 테나, 길가메시 등 이터널스는 각기 다른 초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고대 문명 속에서 인류의 곁에 존재했지만, 직접적인 간섭은 삼가며 인간의 진화를 지켜봐 왔습니다. 수천 년 동안 데비언츠와 싸우며 사명을 수행한 이들은 데비언츠가 멸종한 후 각자 인간 사회 속에 숨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다시 등장한 데비언츠가 인간과 이터널스를 공격하며 위협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계기로 세르시는 옛 동료들을 찾아 다시 모으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이터널스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단순히 데비언츠를 막기 위한 수호자가 아니라, 지구를 셀레스티얼의 '탄생'이라는 우주적 계획을 위한 도구로 만드는 데 필요한 존재였던 것입니다. 셀레스티얼은 지구의 인구와 문명이 발전하면 새로운 셀레스티얼이 깨어나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이터널스는 그것을 돕기 위한 감시자였습니다.
이 진실을 알게 된 이터널스는 내부적으로 갈등하게 됩니다. 이카리스는 셀레스티얼의 뜻을 따르려 하고, 세르시와 다른 멤버들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 이를 막고자 합니다. 결국 이터널스는 서로 충돌하게 되고, 인류와 지구를 위해 셀레스티얼의 부활을 저지하려는 팀이 힘을 합쳐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됩니다. 영화는 우주적 스케일의 스토리 속에서 각 인물들의 감정과 가치관, 인간성과 자유의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됩니다.
선택과 갈등
『이터널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보기 드문 철학적이고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전 우주의 창조자인 셀레스티얼이 만든 ‘이터널스’는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을 보호하며 디비언츠와 싸워왔고, 인류의 역사 속에 신화처럼 존재해왔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존재의 목적과 자유 의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터널스는 인류를 지키는 수호자로 여겨졌지만, 그들의 사명이 사실은 새로운 셀레스티얼의 탄생을 위해 ‘지구’를 희생시키는 과정의 일환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성원들은 심각한 도덕적 갈등에 빠진다.
자신들의 존재가 오직 다른 생명의 죽음을 전제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은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신이 준 사명’과 ‘스스로의 선택’ 사이에서 극심한 내적 충돌을 겪게 만든다. 이카리스는 계획을 지키려 하고, 세르시는 인류를 위해 맞서 싸우려 한다. 이터널스 개개인은 외형은 신과 같지만, 인간과 다를 바 없는 감정과 고민을 안고 있으며, 결국 각자가 내리는 선택이 이 이야기를 진정한 드라마로 완성한다.
특히 ‘시간’이라는 요소가 이들에게 중요한데, 수천 년을 살아오며 지켜본 인류에 대한 애정과 절망, 그리고 희망이 이들의 행동에 반영된다. 그들의 선택은 단순히 액션의 결과가 아니라, 세계와 존재에 대한 성찰의 결과물이다. 이 영화는 ‘영웅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을, ‘자신의 존재 이유를 넘어서 타인을 위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시킨다. 『이터널스』는 마블 히어로 영화 중에서도 가장 내면적이고 윤리적인 성찰이 담긴 작품으로, 단순한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깊이를 보여준다.
우주의 역사
『이터널스』는 MCU 세계관의 스케일을 근본적으로 넓혀놓은 작품이다. 기존의 히어로들이 지구 중심의 갈등이나 개인적 영웅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우주의 기원, 생명의 창조, 문명의 흐름 등 거대한 시간축과 공간축을 중심으로 서사를 풀어간다. 영화 초반부터 바빌론, 마야 문명, 인더스 계곡 등 인류의 고대사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이 등장하며, 이터널스가 인류 진보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시각적으로 펼쳐 보인다.
이는 마블 유니버스가 단순한 과학 기술과 슈퍼파워 중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신화와 철학, 역사라는 더 깊은 층위로 나아가는 시도다. 특히 셀레스티얼이라는 존재는 ‘신’에 가까운 개념으로, 단지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아니라 우주의 질서를 재구성하는 메타적 존재로 그려진다. 이러한 설정은 MCU의 신화 체계를 확장시킬 뿐 아니라, 이후 등장할 멀티버스 및 코스믹 레벨의 캐릭터들과의 연결 고리로도 기능한다. 또한 영화는 인종, 성별, 장애, 성적 지향 등에서 역대 마블 영화 중 가장 다양한 캐릭터 구성을 자랑한다.
청각장애를 지닌 맥카리, 성소수자인 파스토스, 아시아 여성 리더인 세르시, 흑인 영웅 킹고 등은 그 자체로 영화의 메시지와 연결된다. 즉 ‘신들이 인간을 지킨다’는 서사를, ‘다양한 인간성의 가치가 신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방향으로 반전시킨다.
이처럼 『이터널스』는 거대한 우주 신화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다양성과 감정, 선택을 중심에 둔 작품이다. 화려한 액션보다 천천히 쌓아가는 드라마와 감정선,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성과 윤리적 질문은 MCU 내에서도 유독 이질적이지만, 동시에 신선하다. 이런 점에서 『이터널스』는 마블의 새로운 확장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영화이며, 단기적인 재미보다 장기적인 사유와 의미를 추구한 작품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