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Captain Marvel, 2019)
줄거리
영화는 크리 행성 할라에서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는 전사 '버스'(Vers)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는 크리 제국의 정예 전사팀 스타포스 소속으로, 크리와 스크럴의 전쟁에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반복적으로 알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을 꿈에서 본다.
어느 날, 그녀는 스크럴과의 전투 중 지구(1995년)에 불시착하게 되고, 닉 퓨리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과거에 지구에서 '캐럴 댄버스'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공군 조종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퓨리와 함께 자신의 과거를 조사하던 캐럴은, 자신이 크리 전사로 훈련받기 전, 마블 박사(앤 넷벤닝)와 함께 실험 도중 사고를 당했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흡수해 초능력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그러나 크리 제국은 그녀를 데려가 기억을 조작하고, 자신들의 무기로 삼으려 했다.
한편, 스크럴 지도자 탈로스는 캐럴에게 크리가 스크럴을 무자비하게 학살해왔으며, 자신들은 단순한 침략자가 아니라 박해받는 난민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후, 캐럴은 자신의 힘을 완전히 해방하고, 크리 군대의 수장 욘-로그와 맞서 싸운다. 결국 크리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그녀는 닉 퓨리에게 '어벤져스 계획'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우주로 떠나 스크럴의 새로운 고향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닉 퓨리가 '캡틴 마블'에서 영감을 받아 어벤져스 팀을 창설하는 장면이 암시되며, 쿠키 영상에서는 그녀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사건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체성
『캡틴 마블』은 기억을 잃은 한 여성이 진정한 자아를 되찾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과정을 중심에 둔 서사 구조를 지닌 영화다. 주인공 캐럴 댄버스는 크리 제국의 전사로서 자신의 과거를 잊은 채 ‘버스’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지구로 돌아오면서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이 서서히 떠오르고, 그녀는 자신이 한때 지구의 전투기 조종사였음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누가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고 있었는지, 과연 ‘적’이라 배운 이들이 실제로는 어떤 존재였는지를 다시 판단하게 된다. 정체성을 조작당한 채 살아가던 그녀가 과거와 마주하고, 스스로 선택한 이름과 신념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단순한 영웅서사를 넘어서 자기 확립의 여정을 상징한다. 특히 능력을 억제받고 통제당하던 그녀가 스스로 그 속박을 끊고 진정한 힘을 해방하는 장면은 감정적으로도 큰 해방감을 준다.
이는 단순히 초능력을 얻는 것을 넘어, 자아를 되찾고 타인의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율성을 획득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너는 감정 때문에 약하다”라는 크리의 논리를 부정하고, 오히려 감정을 통해 강해지는 인간적인 면모는 그녀를 더욱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영웅으로 만든다. 이처럼 『캡틴 마블』은 기억, 정체성, 자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슈퍼히어로 서사 속에 유기적으로 녹여내며,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히어로의 초석을 다진다.
퍼즐 조각
『캡틴 마블』은 단순한 오리진 스토리를 넘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세계관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어벤져스의 탄생 이전, 닉 퓨리의 과거와 쉴드의 기원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다룬다.
닉 퓨리의 두 눈 중 하나가 왜 의안을 쓰게 되었는지, 그가 왜 외계 위협에 대비한 ‘어벤져스 계획’을 세우게 되었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또한, 타서랙의 존재가 다시 등장하며 『퍼스트 어벤져』 이후 MCU에서 그것이 어떤 흐름으로 움직였는지에 대한 연계성도 부여한다. 더불어 스크럴과 크리라는 두 외계 종족의 갈등은 이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나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전』의 서사와도 긴밀히 연결되며, 단일 영화가 아닌 하나의 세계관 확장의 기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닉 퓨리가 ‘캡틴 마블’이라는 이름에서 착안해 ‘어벤져스’라는 용어를 만들게 되는 장면은 마블 팬들에게 상징적인 울림을 준다. 이 영화의 마지막 쿠키 영상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충격적 결말과 직결되며, 『엔드게임』으로 이어지는 서사적 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결국, 『캡틴 마블』은 단독 작품으로서도 완결성이 있지만, MCU 전체 흐름 속에서는 핵심적 퍼즐 조각으로 기능하며 관객에게 서사적 맥락의 중심을 제공한다.